파리 패션위크 2026: 거리가 런웨이가 된 도시

a woman in a white dress and a pink coat

파리 패션위크가 끝나고 사흘째 되던 날, 마레 지구의 한 카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봤다. 런웨이에서 본 것들이 이미 거리 위에 있었다. 아니, 정확히는 반대였다. 거리에 있던 것들이 런웨이 위로 올라갔다. 그 경계가 무너진 것이 이번 시즌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. 에르메스는 탈레 와즈루가 디렉팅한 세 번째 컬렉션을 선보였다. 장소는 그랑 팔레가 아닌 파리 19구의 한 공원이었다. … Read more

그라함 서덜랜드: 런던에서 가장 조용한 혁명가

woman on focus photography

패션위크 스케줄에 이름이 없었다. 초대장도 없었다. 그러나 지난 시즌, 런던 패션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이름 중 하나는 그라함 서덜랜드였다. 쇼를 하지 않는 디자이너가 쇼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 역설. 그것이 그의 방식이다. 서덜랜드는 2019년 런던 남부 브릭스턴의 작은 작업실에서 브랜드를 시작했다. 자본도, 인맥도, 홍보 예산도 없었다. 그에게 있던 것은 세인트 마틴스에서 갈고닦은 패턴 기술과, 패션 … Read more

2026 봄·여름 컬렉션: 절제의 미학이 돌아왔다

a group of people sitting at tables in a room

파리의 봄은 언제나 패션의 달력을 다시 쓴다. 올해 봄·여름 컬렉션이 공개된 직후, 평론가들 사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단어는 놀랍게도 “침묵”이었다. 화려함을 걷어낸 자리에 남은 것은 소재와 재단, 그리고 신체와 옷 사이의 정직한 대화였다. 로에베의 조나단 앤더슨은 이번 시즌 가죽 공예의 원형으로 돌아갔다. 손으로 두드려 만든 가죽 패널이 재킷의 전면을 장식하고, 그 질감은 빛의 방향에 따라 … Read more

에르뎀 모랄리오울루: 문학이 된 드레스

woman in red sleeveless dress standing on gray concrete floor during daytime

에르뎀 모랄리오울루의 아틀리에는 런던 이스트엔드의 낡은 창고 건물 3층에 있다. 엘리베이터가 없어 계단을 오르면 문이 열리기 전부터 천 냄새와 인쇄 잉크 냄새가 섞인 공기가 먼저 맞이한다. 그 공기 속에서 그는 매 시즌 새로운 이야기를 짓는다. “저는 항상 인물에서 시작합니다.” 그가 차를 내오며 말했다. “실존했던 여성, 혹은 소설 속 여성. 그 여성이 어떤 방에서 어떤 빛 … Read more